구경이 (2021)
- 방송기간 : 2021.10.30 ~ 2021.12.12
- 장르 : 스릴러, 범죄, 하드보일드, 블랙 코미디
- 몇부작 : 12부작
- 연출 : 이정흠
- 제작사 : 키이스트, 그룹에이트, JTBC스튜디오
- 시청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출연진 : 이영애, 김혜준, 김해숙, 곽선영, 백성철, 조현철, 이홍내, 배해선, 정석용, 등
- 줄거리 :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
이영애의 복귀작! 2017년도 드라마 ‘사임당’과 2019년 영화 ‘나를 찾아줘’ 이후 아주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작품을 많이 한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 ‘구경이’가 새로운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JTBC 드라마지만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으니 넷플릭스 구독 중이라면 참고하시길.
구경이 연출을 맡은 이정흠 감독의 전작은 김서형 주연의 ‘아무도 모른다’인데 이 드라마도 여성 주인공 중심의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니 아직 안 봤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구경이’가 매력 있고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주인공도 여자, 살인마도 여자, 악역도 여자! 여자가 다 해 먹는 드라마라는 점이었다.
전직 형사, 현직 보험 조사관인 구경이(이영애)와 역대급 살인마 K(김혜준), 앞 뒤 다른 용국장(김해숙). 세 주인공 모두 보통 남자가 하던 배역을 여자가 채웠고 경수씨(조현철)와 산타씨(백성철)과 같이 옆에서 여자들이 조연으로 하던 배역을 남자들이 맡았다.
이것만으로도 시작부터 아주 흥미진진하고 구미가 확 당기는 드라마였다. 연출도 신선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는데 드라마를 보면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럽게 다른 장면의 씬으로 넘어가거나, 게임에 빠져 사는 구경이의 캐릭터답게 구경이의 모습을 게임 캐릭터처럼 표현해 보여주기도 하고, 케이와 대적할 땐 과거 연극부였던 케이에게 맞춰 연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등 내용도 완벽하면서 보는 재미까지 있는 드라마였다.
남편의 죽음 이후 게임에만 빠져 집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구경이(이영애)를 나제희(곽성영)가 보험 조사를 위해 밖으로 끄집어내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이영애를 딱히 작품에서 본 기억이 없는데(한창 작품 활동할 때 어렸을 때라 본 게 없다.) 찌질하지만 그윽한 눈빛으로 사연 하나 뚝딱 만들어내셨다. 오버스러움이 담긴 캐릭터였지만 보는데 전현 불편함 없이 구경이 그 자체를 보여준 듯.
형사 시절 실력 만빵이던 구경이는 자신의 의심으로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죽은 남편으로 인해, 은둔하는 현재까지 아직도 마음속엔 의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드라마 시작부터 끝까지 구경이의 의심으로 사건들을 파헤치고 해결한다. 다르게 말하면 그 누구도 믿지 못한다는 건데 닮은 듯 다른 듯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이경이(김혜준) 또한 살인마 K로 나온다. 어렸을 때 죽은 부모님과 그때 일주일 가량 실종되면서 나쁜 놈은 다 죽여야 한다는 살인마로 자라게 됐다.
김혜준은 킹덤에서 처음 봤을 땐 연기력 논란도 있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살인마 K를 너무너무 잘 표현한 거 같다. 이렇게 러블리한 살인마가 있을까. 이제 연기력 논란은 완전 종결!
드라마 안에서 연극하는 연기를 종종 보여주는데 진짜 킹덤 때 왜 연기력 논란이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를 잘한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처음 보험 조사했던 것을 시작으로 은밀하게 살인마 K를 잡게 된 보험 조사팀. 그 과정과 사건들 속 보험조사관과 살인마 K, 용국장 모두가 얽혀 엎치락뒤치락한다.
그리고 구경이에서는 그동안 남자들이 했던 서사들을 여자들이 다 나누어 가져 갔다. 주인공인 구경이를 배신하고 위험에 빠뜨렸다가도 다시 돌아와 돕는 일도 나제희가 보여준다.
그리고 용국장 역을 맡은 김해숙. 김해숙님의 이런 캐릭터는 처음 봤는데 너무 멋있었다. 누군가의 엄마인 게 비중이 더 높았다면 이번에는 누군가의 엄마보단 개인의 욕망을 실현시키는데 더 초점이 맞춰진 와중 엄마일 뿐. 이런 느낌이었다. 아무도 모른다, 악녀, 마녀 등 여자들도 이런 서사 존멋 존잼이고 냠냠긋이거든요.
반대로 주인공 옆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도와주고 겁 많은 캐릭터는 남자인 경수씨와 산타씨. 성별만 바뀌었을 뿐인데 맘이 편안하고 보는 재미까지 있었다.
경수씨는 d.p.,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호텔 델루나 등 많은 곳에서 봤는데 볼 때마다 항상 다른 사람 같다. 각 캐릭터마다 거기에 맞게 연기를 너무 찰떡으로 하시는 듯.
산타씨는 첫 등장부터 의문을 갖게 하는 존재로 나왔다. 왜 말을 못 하지? 왜 구경이의 곁에 있고 싶어 하지? 왜 구경이를 대가 없이 도와주는 거지? 등등 말이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야 이 드라마에서 내내 말하던 의심과 믿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케이가 구경이에게 산타가 구경이의 남편을 죽게 만든 놈이라며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들을 한다. 죽은 여학생의 숨겨진 애인이고 여학생이 죽을 때 같이 있던 게 산타라고. 산타가 나서지 않아서 구경이가 남편을 의심하게 되고 결국 죽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또다시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구경이.
하지만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난 후 구경이는 더 이상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산타를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산타는 다시 구경이의 옆에서 함께하게 된다. 의심 많고 사람을 믿지 못하던 구경이가 드라마가 끝날 땐 아무런 의심 없이 사람을 믿게 된 것이다.
'난 네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무 상관이 없단다.
중요한 건 네가 있어야 우리가 게임에서 이긴다는 거지.'
이렇게 작가는 의도적으로 산타라는 역을 만들어서 극 중에 넣어둔 것이 아닐까. 구경이 뿐만 아니라 보는 우리까지도 산타를 의심하게 만들고 숨겨진 진실이 무엇인지를 파헤치도록 말이다. 하지만 숨겨진 진실은 없고 의심에도 나오는 진실은 없었다. 산타씨에게 가진 모든 의문은 단 하나도 풀리지 않고 끝났다.
우리가 가진 의문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고 놀리기라도 하듯 말이다. 의심하면 눈앞에서 사라지고 믿음을 가지면 눈앞에 나타나는 산타.
구경이를 걱정하는 팀원들을 뒤돌아보며 경찰서에 끌려가는 이경이. 이경이도 누군가 믿을 수 있게 됐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의심과 믿음이라는 비슷한 환경을 가진 두 경이가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떤 다른 삶이 눈앞에 놓이게 되는지 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런 여성 서사 위주의 좋은 드라마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룸살롱 가는 장면도 없고, 술집 여자 한 명씩 끼고 다니는 것도 없고, 오로지 여자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역도 없고, 여자를 성녀와 창녀로 나누지도 않으며, 미인계라는 명목하게 성적 대상화한 여성을 보여주지도 않고, 단순히 여자라서 죽는 것도 없다.
단순하게 남성 서사 위주의 드라마나 영화가 싫은 게 아니다. 남성 서사 위주의 작품은 앞에 말했던 저런 장면들이 최소 하나씩은 들어가 있다. 하나면 다행이게 느와르물이라면 거의 모든 게 들어가 있다. 이걸 작품이라는 명목 하에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편함을 느끼는 게 당연한 건데 불편함을 들고 일어서는 사람만 예민한 사람 취급하는 게 진정으로 맞는 길인가 싶다.
구경이 같은 작품이 늘어나면서 필수불가결로 있던 저런 씬들과 배역들 없이도 충분히 재밌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 <구경이> 공식 예고편
https://youtu.be/oHmvy2tKH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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